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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언 | 2018-05-15 13:47:00 | ||
도서관에 들렀다가 대박을 터트린 소년 이야기 | |||
이야기는 무려 19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탈리아에 살던 소년 파울로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학업을 그만둬야 할 위기에 놓였다.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도서관에서 일하기 위해 추천서를 받아 한 도서관 관장을 찾아갔다. 파울로가 관장을 찾았을 때 도서관 관장으로 재임 중인 신부는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그는 관장을 기다리면서 도서관의 책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침 그는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했고, 이 책은 동물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책의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고 그는 금방 그 책에 빠져들었다. 책을 기다리며 한참을 기다렸지만 관장은 돌아오지 않았고, 소년은 내일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읽던 책을 마저 읽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그런데 책을 읽다가 마지막 두 번째 페이지에서 빨간 잉크로 쓴 한 줄의 글이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읽을 누군가에게 저자가 : 로마의 상속법원으로 가서 LJ14675 문서를 청구하시오. 당신에게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줄 것이오. 경애하는 E.F.” 소년은 이를 보고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서관에 온 김에 법원에 들렀다 가는 것도 상관 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법원에 가서 해당 문서를 요청했고 놀랍게도 LJ14675라는 번호가 붙은 봉투가 있었다. 그 봉투에는 ‘당신이 읽은 동물학 책의 저자’라는 자필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저자가 평생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었지만 출판된 후 아무도 읽지 않았고, 저자의 주변 사람들조차 실제로 책을 다 읽어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크게 낙담해 책을 전부 수거해 불살라 버렸다. 그리고 나서 딱 한 권만 남긴 뒤 도서관에 기증했는데, 바로 그 책을 소년이 읽은 것이다. 편지는 마지막 맺음말에서 “지금까지 내가 쓴 책을 끝까지 읽어 본 사람은 당신뿐일 것이다. 그 답례로 내 재산을 모두 당신에게 주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소년은 매우 놀랐지만 편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파울로는 법원에 유산 승계를 신청했고, 1926년 5월 로마 대법원은 한화 약 16억 원 상당의 유산을 소년에게 주라는 판결을 했다. 소년은 저자의 유산을 상속해 학업을 계속하게 됐고 부유한 삶을 누렸다. ------------------------------------------------------------------------------------------------------------------------------------------------------------ 신안군립도서관에는 현재 약 45,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출명단에 단 한차례도 오르지 못한 책들도 부지기 수로 추측되고 있다. 그만큼 이용자들의 선택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내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가 그대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주로 선택받는 장르는 언제 어디서든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도서분류 800번대의 문학서적으로서 수필집이나 소설류를 손꼽을 수 있을 것이고 또 고정적인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무협지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거기다가 특정 주제의 인문학서적도 가끔씩 오르내리기는 하는데 좀처럼 발길이 닿지 않거나 뜸한 장르는 철학이나 전문서적 분야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귓속말로 살짝쿵 제안을 하고 싶은데 대박을 터트린 저 소년처럼 우리에게도 대박의 행운이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까 군립도서관 한쪽 구석자리에서 선택받기를 아예 포기한 채 깊은 잠에 빠져있는 낡고 두꺼운 책에게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자고요. 그리고 행여 대박 비스무리한 비밀편지가 눈에 띄거들랑 혼자서 몰래 꽁꽁 숨기지 마시고 한턱씩 쏘기로 약속합시다요.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