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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언 | 2018-01-23 10:34:00 | ||
한 겨울에 도서관을 찾은 장애인 청년들의 부탁 | |||
날씨와 기온 상으로 겨울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던 며칠 전, 두 명의 청년이 헐레벌떡 도서관을 찾아왔다. 청년들은 종합자료실을 한바퀴 둘러보더니 둘 중에서 젊은 양반이 몇권의 책을 손에 들고서 대출신청을 하는데 자세히 보아하니 낯익은 얼굴이다. 평소 아버지를 따라서 곧잘 도서관을 찾던 청년이었는데 이번에는 삼촌뻘 되는 사람을 대동하고서 불쑥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청년의 대출신청을 하는 행위가 남들보다도 더 반갑고 또 기특하게 다가오는 것은 지적장애를 가졌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고등학교까지는 가까스로 졸업은 했는데 그 이후로는 진로가 막혀 집 안의 방구석을 지키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어느 곳이든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취업하고는 싶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읍사무소에서 우연히 만난 나에게 본인의 사정과 처지를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았고 비로소 청년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나는 지역 장애인 센터와 연결하여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장애인일자리 사업에 추천했다. 다행히도 선정이 되어 2018년 새해부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중목욕장에서 주 2~3일씩이나마 근로도우미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집에서만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던 청년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님도 대환영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청년은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감당하는 것은 물론 의욕도 대단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례 인사겸 도서관을 찾아와서 대출신청과 함께 이번에는 혼기가 꽉 찬 동료 장애인의 중매까지 부탁을 한다. 무엇이든지 주문만 하면 그대로 다 들어준다는 동화책 속의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지 못한 나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청년의 부탁이 귀찮다거나 번거롭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심정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이다. 비록 정년의 임금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일자리에 자긍심을 갖고서 삶의 활력소를 되찾는다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서 옷깃을 여미고 다시금 생각해 본다. 도서관이 고유업무를 내세우며 단순하게 책만 대출해 주는 곳이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자원을 연결해주는 중개자 역할도 지역주민과 소통하는데 중요한 요소라 여겨진다. 그러기에 청년들의 느닷없는 부탁을 무심코 흘러들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바야흐로 통합서비스의 바람이 서서히 지역의 작은 도서관까지 불어닥치고 있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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