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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언 | 2017-02-21 11:49:00 | ||
선택받지 못한 책에게서 느끼는 연민의 정 | |||
종합자료실 입구 한편에 신간도서 코너가 자리 잡고 있다. 말 그대로 새로 들어온 도서들을 잠깐 비치해 둔 곳이다.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끔 도서 분류표에 따라 각 장르별로 구분된 채 진열되어 있다. 가끔씩 이 코너에서 한참동안 머물면서 책장에 꽃힌 책 제목들을 눈으로 훑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가 특이한 책 제목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책을 발견할 때에는 살짝 꺼내다가 먼저 저자를 살펴보고 주마간산 식으로나마 책장을 펼치며 전체 줄거리를 대략 짐작해 본다. 그리고 행여 손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만큼 흥미를 유발할 경우에는 당장 대출신청을 하고 아예 책을 빌리기도 한다. 현재 신안군립도서관의 소장 도서는 대략 45,000권에 육박한다. 이 중에서 이용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무협지나 각종 소설 및 수필집이다. 그런데 어떤 책들은 이용자들로부터 여러 번의 선택(대출)을 받아서 사람의 손때나 흔적이 묻은 것도 있으나 반면에 단 한차례의 선택도 받지 못한 채 공간(책장)만 채우다가 일생을 마치는 책들도 부지기수다. 선택받지 못한 책들도 책이라는 본분 상 본인은 분명 이용자들에게 선택(대출)을 받아서 대출 명단에 이름을 떡하니 올리고 싶지만 찾는 이가 없으니 별 도리가 없다. 그래서 행여 이용자들이 도서 대출을 받고자 책 선택을 위해서 가까이로 접근해 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잠깐이나마 긴장을 해 보지만 '역시나'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나름대로는 장미 빛 꿈을 품고서 도서관으로 배치를 받았건만 단 한차례의 선택(대출신청)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지지리도 복이 없는 인기 없는(?) 책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그래서 인기없는 도서로 군락을 이룬 코너에서 오랜 시간 서성거리는데 그 이유는 깊은 잠에 빠진 책들을 깨워 잠깐의 스킨십이나 눈 맞춤이라도 해주고 싶어서이다. 그 때마다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다 기다리다가 끝끝내 외면 받은 책들이 애잔하게 풍겨내는 영롱한 보석같은 책 냄새를 흠뻑 맡으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것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나 혼자만의 작은 행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