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그 외로움 | |||||
이병언 | 2019-05-17 11:12:00 | 1379 | |||
정진희 지음 | 정은출판 | ||||
정진희 작가의 글은 균형 잡힌 삶의 감각이 놀랍도록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치우치지 않는 삶의 균형을 이루어가는 모습은 차라리 온전하다는 표현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살아 있는 삶의 감각은 삶을 더듬어 느끼게 하고 바라보게 하며 소망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렇다. 살아가다 보면 실패도 있고 좌절도 있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분복을 잃지 않고 오롯이 누리며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아픈 상처들은 시야를 왜곡시키고 왜곡된 시야로 삶을 바라보면 보이는 모든 것이 왜곡되기 십상, 마음은 갈래갈래 찢겨져 결국 삶이란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이 되고 만다. 그뿐이 아니다. 순리를 순리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생이란 거대한 역풍을 거슬러 가려는 낙엽 같은 존재가 된다. 그의 삶이란 우산도 없이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언제 비가 갤 거라는 기약도 없이 말이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자기에게 주어진 분복의 기쁨을 누리는 삶, 그것이 작가의 글에서 느끼는 작가의 삶이다. 살아 있는 감각이 섬세하게 사물을 느끼며 방향성을 진단하여 거침없는 생의 한복판에 서도록 하는 이러한 삶이 진정 누리는 삶, 자유 하는 삶이 아닐까. 작가의 글머리는 전체 글을 위해 치밀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일반적 수필에서보다 더 강한 정치색을 띠고 있다고나 할까. 능청스럽게 깔려 있는 복선이 아름답다. , , 등이 특별히 그러하다. 정진희 작가는 사건과 매개된 뛰어난 심리 묘사로 글과 그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생동하도록 한다. 즉 표현하고 싶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그 심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꼭 집어낼 수 없어 단면적으로 스쳐갈 수밖에 없는 내면의 세계를 작가는 마치 누에고치가 실을 풀어내듯, 뭉뚱그려져 있는 혼돈된 감정을 한 줄기 한 줄기 빛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작품 전체에 동맥이 뻗어가 피가 돌게 하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이기도 한다. 수필이 어떤 것인지, 난만하게 펼쳐내는 나의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정진희 작가의 글을 읽으며 다시금 느끼게 된다. 수필이 교훈적인 필요까진 없더라도 적어도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할 때 그 진솔함에는 작가의 사물에 대한 관觀, 작가의 시야가 드러나야 한다. 지향성이 없는 글이란 신변잡기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글의 바탕이 되는 삶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글의 일부가 된다. 아무리 잘 가공되어진 글일지라도 글의 원석이 되는 작가의 삶이, 금이 은이 되거나 자수정이 홍보석이 되는 법은 없기에 건강한 삶의 영역들에서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정서적이며 철학적인, 때로 보이지 않게 녹아있을 작가의 신앙까지 버무려져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탄생되어진 작가의 글은 진정 감격일 수밖에 없다. 삶의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 들숨과 날숨 같이 자연스럽게 호흡되어지고, 살아 있는 감각들이 삶의 깊은 내면들을 더듬어 가도록 이끌고 있는 정진희 작가의 한 편 한 편의 수필에 그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